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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사는 법

해운대 탁선생 2022. 8. 30. 21:10

사라질 듯 사라지지 않는

저기 저 구름에 갇혀

큰 덩치 부끄럽게

잘리고 지워진 산 꼭대기 봉우리

손을 뻗으면 얼마든지 걷어 낼 수 있건만

저문 가을이라 속은 붉은 피로 메말라

연거푸 토해내는 하얀 거품

바람이 빗질하듯 나무들을 쓸어내면

낙엽들이 배설물처럼 쏟아진다.

한 해의 꺼풀을 걷어내고 신음하는 지금

 

산은

지금까지 누렸던 모든 것을 내어 놓고

벌거벗은 알몸으로 흩어져

부끄러움 견디며

겨울을 통곡한다

다 버려야 한다,

아니 모두 죽어야 다시 산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