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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님의 전기를 읽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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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운대 탁선생 2022. 7. 10.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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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현대사는 너무나 거칠고 고달팠으며 주리고 헐벗어 아픔이 강물같이 흘렀다. 항일투쟁기 나라없는 처연함에서 태어나 해방후 극심한 사회적 혼란기를 겪으며 더 이상 처참할 수 없는 한국전쟁을 살아내어 오직 불굴의 정신 하나로 국가 건설과 산업화만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려오신 분, 가난에서 벗어나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기업을 일구어 외롭게 홀로 앞장서 나라의 경제를 이끄신 분, 여건이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는 강인한 신념과 의지로 불가능에 몸을 던져 극복해오신 분, 남들은 모두 기적이라고 말하는 조국 건설과 경제발전의 산실인 오늘의 현대를 세계 굴지의 기업으로 키우고 가신 우리의 자랑스런 어른, 고 아산 정주영 회장님. 지금까지 피상적만 알고 있었던 님의 실체를 이 책을 통해 알고서 한동안 그분의 삶과 정신에 뜨거운 감정이 솟구침을 억누를 수가 없었습니다. 님은 실로 우리 역사의 가장 깊은 암흑기를 꿰뚫어 살아가면서 오직 정직함과 성실함만으로 황무지나 다름없던 우리나라를 세계무대로 도약시킨 선진 산업의 근간을 마련하여 오늘날과 같은 선진국 초입의 금자탑을 쌓아 올린 주역 중에 주역임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비록 님은 돌아가셨지만, 지금 미국과 중국의 첨예한 산업갈등과 전대미문의 코로나19 사태로 말미암아 기업과 국민이 그 어느 때보다도 격심한 혼돈과 가치부재 속에 힘들어하는 이때,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삼아 돌파구를 만들어 극복하셨던 님의 정신이 무엇보다 절실함을 느낍니다. 저는 님께서 직접 삶으로 보여주신 그 아산정신을 지금 이 시대에 맞게 구현해낼 수만 있다면 우리 앞에 놓인 그 어떤 난관도 초개와 같이 이겨내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고 아산 정주영님의 정신은 한마디로 님의 삶에 오롯이 녹아있다고 할 것입니다. 님은 우선, 근면과 성실함만을 자산으로 여기고 작고 사소한 것에도 정직하셨던 분으로 일에 대한 욕심과 열정뿐, 권력에 기대어 성장을 꾀하거나 이윤을 추구하는 그 어떤 행태도 보이지 않으셨습니다. 물론 한때 서울올림픽유치위원장으로서 올림픽 유치에 일등공신이라 하여 누릴 수 있었던 어떤 올림픽관련 수익사업도, 어떤 올림픽관련공사도 하지 않은 그런 깨끗한 기업인이셨습니다. 오히려 1953년 고령교공사와 1965년 태국 파타니 나라티왓 고속도로공사에서 보듯이 엄청난 적자에도 불구하고 오직 신용, 그 하나를 지키기 위해 많은 희생을 감내하면서까지 공사를 완공하셨던 신용있는 정직한 기업인이셨습니다.

다음으로는, 세계최대 조선소를 지을 때나 서울올림픽유치를 이끄실 때, 안팎으로 국가경제가 어려워 중동에 진출하려고 할 때 등등, 그 성공 여부가 불가능에 가까웠다 할지라도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긍정적이고 창의적인 도전정신으로 가능이란 반전의 기록을 써오신 분이신데, 비록 정치에 도전하여 대권의 꿈을 이루지는 못했다 할지라도 이마저도 실패가 아닌 경제를 살리기 위한 아니, 국가를 살리기 위한 후회 없는 도전이었다고 말씀하실 만큼 기업과 국가를 위해서는 그 어떤 실패와 시련에도 두려워하거나 좌절하지 않는 도전정신의 화신으로 오늘날 우리 젊은이들이 반드시 배우고 본받아야 할 좋은 귀감이라고 확신합니다.

그 다음으로 님은 애국애족의 삶을 살아오셨습니다. 부존자원이 없는 우리나라에서 이만큼 비약적인 경제발전을 이룬 것은 세계에서 가장 근면하고 우수한 우리 민족, 즉 우리 국민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믿음이 있었기에, 다른 나라가 할 수 있으면 우리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셨고, 이를 바탕으로 하여 현대조선 설립과 동시에 대형유조선을 건조하는 세계조선사에 유례없는 기록을 남길 수 있었으며, 또한 중동 진출의 드라마와 서울 올림픽 유치 성공이라는 우리 현대사에 놀라운 금자탑을 세울 수 있었던 것인데, 이는 오직 우리 국민의 우수성만을 믿고 앞장서셨던 애국애족의 발로였던 것입니다. 뿐만아니라 님은 실향민으로서 분단된 조국의 아픔이 누구보다 컸기에 가장 앞장서서 금강산 공동개발과 시베리아 개발을 통한 남북한 한민족의 공동번영을 염원하셨고, 특히 주목할 점은 현대건설 성장과정에 기여한 근로자들의 노고를 잊지 않으려, 아니, 더 나아가 병고와 가난으로 고통받는 국민을 위해, 1977년 순수사회복지 기관인 아산사회복지재단을 설립하고 현재 전국 9개의 종합병원을 열어 현대의료혜택을 받지 못하는 소외된 환자들에게 무료진료를 시행하고 있으며, 전국 대학교수들에 대한 학술연구비 지원, 소년소녀가장돕기, 헌신적인 사회복지종사자선정, 아산효행대상 시상 등 활발한 복지사업을 펼치며, 이를 국가에 대한 최선의 보람이라고 여기시고 남은 재산도 모두 아산재단에 기증하시는 등 남다른 애국애족을 몸소 실천하셨습니다.

또한 부당한 낭비나 국가 손실에 대항하여 소신을 굽히지 않는 기업가이셨다. 경제논리가 통하지 않던 시절 무소불위의 권력자인 박정희 대통령과 전두환 대통령앞에서도 국가의 부당한 조치나 지시에 맞서 민간주도경제를 역설하며 소신을 굽히지 않으셨고, 그리고 1960년대 후반 도로항만댐, 교육문화시설 등 각종 사회간접자본 대부분을 건설하면서 그때마다 최저의 경비로 국가세금을 한푼이라도 아끼려 직접 여러 대안을 마련하여 관철시켜왔던 바, 그 대표적인 사례로 1967년 소양강다목적댐 공사에서 세계최고의 댐 시공업자에 맞서 우리만의 대안으로 사력댐을 주장했다가 건방지다고 온갖 수모를 당한 일일 것이다. 아무리 세계최고 기술자라 할지라도 그 권위에 조금도 굴하지 않았던 것은 사력댐만이 현장에 맞는 공법임을 몸으로 체득하고 연구하여 찾아낸 님 만의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렇게 님은 모든 일에 애증과 열정을 쏟아부으며 비록 가능성이 희박하다 할지라도 더 하려야 더 할 것이 없는 마지막까지의 최선을 다한 결과 위대한 반전을 일구어 온 사례가 여럿 있는데, 그 중에서 꼭 기억해야 할 사례로, 국가와 민족의 대운을 걸고 준비했던 1970년 현대조선소 건설에서 차관을 빌리러 영국에 갔을 때 거북선이 그려진 지폐를 꺼내어 우리 민족의 우수한 잠재력을 과시하며 설득하셨던 일, 그리고 88서울올림픽을 유치할 당시, 일본 나고야로 승패가 판가름 났으니 모두 포기하라고 하는 와중에도 포기하기는커녕 오히려 참신한 아이디어로 꽃바구니를 만들어 IOC위원 부인들의 환심을 사며 반전을 일으켰던 일, 그리고 서산 간척 현장에서 물살을 막을 방법이 없어 공사진척이 전혀 안될 때 소위 정주영공업이라는 유조선 공법으로 돌파구를 마련한 일 등은, 님과 같이, 그저 일이 좋아 일과 함께 살았으며 열심히 일한 결과로 나를 증명하겠다던, 그리고 일에는 늙음이 없다 하신 최상의 노동자들에게만 주어지는 그런 능력이 아니었을까 감히 생각해봅니다. 목표로 삼은 일에 전력투구하는 열정으로 살아가신 생각하는 불도저가 오늘날에도 존재해야하는 절실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할 것입니다.

 

한편으로 안타까운 것은, 요즘 젊은이들이 보여주기 위한 소위 스펙에만 몰두하다 보니 해마다 기업가정신이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더럽고 힘들고 위험한 일을 기피하는 젊은이들이 최고의 직업으로 공무원이나 건물주를 꿈꾸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세계를 무대삼아 우리의 역량을 발휘하면서 글로벌기업을 키우고 달러를 벌어들여 경제를 튼튼히 해야 하는데, 기업가정신이 사라지고 있는 지금 국가적 위기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가난을 벗어나려 무려 4번이나 가출을 시도하였고 인천부두 하역인부에서 풍전엿공장 공원으로, 쌀가게 점원에서 자동차수리소 기술자로 막막한 밑바닥 삶을 살면서도 전혀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거나 고통을 회피하려 안주하지 않았고, 오히려 이러한 시련을 기회로 삼아 끊임없이 도전하고 도전했던 아산 고 정주영 님은 오늘도 우리들에게 너희들이 해보기는 해보고 안된다고 하는지 계속 묻고 계심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님은 우리 국민들이 어떻게 살아야 하며 힘들고 어려울 때, 어떤 좌절과 시련이 오더라도 결코 희망을 버려서는 안된다는 것을 일러주는 거대한 거울로 오늘도 아니, 영원히 우리 가슴속에 살아계실 것입니다.